나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.
어느 날, 속담 앞에 ‘<누군가>’라는 사람을 붙여보았다.
<누군가> – 친구 따라 강남 간다
<누군가> –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
<누군가> – 구렁이 담 넘어가듯
<누군가> – 잘되면 제 탓, 못되면 조상 탓
<누군가> – 봉당을 빌려주니 안방까지 달란다
<누군가> –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
<누군가> – 나 먹자니 싫고, 개 주자니 아깝다
그 순간, 나는 알았다.
속담은 말이 아니라, 사람이라는 것을.
그저 지어낸 문장이 아니었다.
속담은 ‘<누군가>’라는 사람의 삶이었고, 그의 마음이었으며, 그의 행동이었다.
<누군가> 실험을 계속했다.
이름 모를 사람은 점점 내 앞에 다가왔다.
낯설지 않았다.
그의 마음과 행동이, 내 몸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.
어느 순간, 나는 그 사람을 알 것 같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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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<누군가>를 만나러, 조선시대 개똥밭으로 갔다. ...
- 내가 한 일 -
종이 위의 언어보다,
입에서 나온 말을 더 믿는다.
속담은 잊힌 이들의 말이었다.
나는 그 말의 자리를 따라
살았던 얼굴들을 찾아간다.
속담은 배운 말이 아니다.
굶주리고, 맞고, 웃던 사람들이
살아서 흘려 보낸 말이다.
나는 그 말을 주워 담는다.
개똥밭에서 건져 올린,
이름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책에 담는다.
말 없는 자들의 말,
이름 없는 자들의 이름을
오늘에 불러내고 싶다.